러시아·동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의 전조인가?
러시아 및 동유럽 지역의 자동차 산업은 2025년 현재, 과거 어느 때보다 뚜렷한 경기 위축의 전조를 보입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력한 서방 제재가 연이어 적용되면서 시장 구조는 단기간에 격변했습니다.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들이 대거 철수하거나 생산량을 대폭 감축했고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는 금리 인상과 맞물려 더욱 위축되었으며 자동차 할부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 자체가 감소했습니다. 또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정책 이행으로 환경 규제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에 추가 세금이 부과되고 부품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동차 시장은 생산·소비·수출·고용을 아우르는 전방위 경제 지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시장 위축은 곧 해당 지역의 경기 전체가 소비 둔화·고용 위축·투자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본 글에서는 2025년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러시아·동유럽 자동차 시장의 위축 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현재 나타나는 현황과 그 배경을 면밀히 분석한 후, 향후 전망 및 산업·정책 차원의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기침체가 불러온 자동차 시장 위기 심층 분석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22년 서구권 완성차 업체들의 대거 철수 직후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이 시기 러시아 완성차 메이커인 AvtoVAZ(라다)와 GAZ 등은 생산라인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부품 수급을 중국·인도 등 신흥국 의존으로 전환해야 했고, 이는 장기적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후 2023~24년에 걸쳐 중국계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물량을 대거 공략했고,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중국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서며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2025년 초부터는 기존 경기 회복의 불씨마저 꺼지면서 시장 전체가 다시 하향세로 돌아섰습니다.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해 기준금리를 20%대에 묶어둔 탓에, 자동차 할부 대출 금리가 연 25%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내 집 장만’과 ‘교육비’ 등 다른 지출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 2025년 상반기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44만여 대에 그쳤고, AvtoVAZ는 연간 판매가 20~25%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며 4일 근무제 전환, 일부 공장의 일시 폐쇄 등 극약 처방을 검토 중입니다. 현지 딜러망도 재고 부담과 현금 흐름 악화로 10% 넘는 업체가 올해 들어 문을 닫았으며, 남은 딜러들조차 전시장을 절반가량 줄이고 서비스 센터 운영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동유럽 주요 생산국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체코·헝가리는 전체 수출의 20~30%를 완성차 및 부품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였으나, 글로벌 수요 위축과 미국의 고관세 압박,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도입 논의 등이 겹치면서 수출 실적이 일부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지 은행권은 자동차업계 관련 대출을 ‘고위험 융자’로 분류하며 신규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업체들은 생산 확대는 고사하고 단위 라인 운용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실정입니다. 유럽 전체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2025년 5월까지 전년 대비 유럽 신차 판매 성장률은 0.1%에 머물러 정체에 가깝고, 내연기관 차량 판매는 21.9% 감소했습니다.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비중은 소폭 올랐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가격 대비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에 불안감을 갖고 있어 전체 시장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계 차량의 급성장→품질 이슈→가격 경쟁→딜러망 붕괴’라는 악순환은 시장 재편이 단순한 경쟁 구도 변화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러시아 내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조차 중고차 시장이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15~20% 급락했고, 지방 소도시의 딜러 전시장은 폐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유럽 OEM 및 부품업체들은 더욱 척박합니다. 전기차 전환으로 2030년까지 부품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수지만, 현금 유동성 악화로 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McKinsey 보고서는 유럽 자동차 공급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7년 7.4%에서 2023년 5.1%로 하락했으며, 2025년에는 4.5% 수준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동유럽 자동차 시장 위축은 단순한 업계 불황이 아니라, 고금리·인플레이션·무역 갈등·환경 규제 강화·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층적 악재가 누적된 경기 침체 신호탄입니다. 완성차·부품·딜러망·금융·인프라까지 경제 전반이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으며,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회복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 위축, 구조적 침체와 변화의 기로
러시아와 동유럽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들어 명백한 침체 국면을 맞았습니다. 러시아는 서구 브랜드 철수 이후 잠시 중국계 브랜드의 공세로 회복 기미를 보였으나, 고금리 대출 규제 강화·소비심리 악화·품질 논란 등의 복합 요인으로 다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AvtoVAZ는 4일 근무제 전환 검토, 공장 가동률 조정 등 극약 처방을 논의 중이며, 정부는 금리 인하와 구매 보조금 지급으로 단기 부양을 시도하나 근본적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동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무역환경 악화·전기차 전환 부담·높은 인건비·강화된 환경 규제가 얽히며, 자동차업계 전략 재편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지역 일자리와 외환 수입의 핵심 동력임을 감안할 때, 산업 경쟁력 약화는 국가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종합적으로 이 지역 자동차 시장의 위축은 경기침체의 강력한 징후이자, 산업 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함을 보여줍니다. 단기 정책 대응에 머물지 않고, 전기차·배터리·부품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 글로벌 수요 다변화, 공급망 회복력 강화, 기술 혁신 촉진 등의 중장기 로드맵이 시급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자동차 강국으로 주목받았던 이 지역이 ‘장기 침체 지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동유럽 자동차 시장은 그 지역 경제의 앞날을 진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기는 위기일 뿐 아니라, 변화를 준비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책·투자·기업 전략이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향해 과감히 전환될 때, 비로소 이 지역은 침체를 딛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